*캐붕주의, 동성애적 성향에 거부감이 있는 분은 피해주세요

 *백->>>>>>>>>>귀 입니다. 백택상 짝사랑해요.​

 

 

 

 " 안녕하십니까. "

 인사와 함께 날아온 쇠몽둥이는 아무리 자신이라도 상당한 피해를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제가 신수가 아니었다면 염라대왕의 얼굴만 엄청나게 많이 봤을테지. 인사와 함께 날아오는 엄청난 무게와 가속도를 입은 몽둥이는 제 복부에 직격해 상당한 충격을 남겼다. 쿨럭거리며 일어나서는 온갖 험한 말을 쏟아냈지만 그 오니의 새끼손가락 끝에 묶인 붉은 실의 주인이 계속 보이고 있는 이상 이 울렁거리는 감각을 견디기는 버거웠다. 살아온 세월이 장식은 아닌만큼 겉으로는 태연함을 가장하고 저보다 한참 어린 오니와 싸우고는 있었지만 이 불편한 감각이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만큼 더더욱 들춰낼 생각은 없었다.

 " 너 말이지, 최소한 인사라도 하라고!! 의미있는 장난을 해! "

 " 아니 뭐 어차피 끝이 이렇게 될 거, 이기는 쪽이 낫잖습니까. "

 " 이 오니!!! "

 " 오니 맞습니다만, 그것보다. 일해라 백돼지. "

 " 백돼지 아니라고!! "​

 으르렁거리며 온갖 말싸움을 하다 일, 이라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아 그래그래, 저 녀석이 주문한 약이 있었지. 약재가 담긴 서랍을 한참 뒤적여 약재가 담긴 작은 병을 잡고 그의 손에 얹어주었다. 빨리 들고 꺼져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렇게 열심히 중합지옥을 돌아다니건만 저 오니의 손 끝에 묶인 붉은 실의 주인은 어째서인지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진득한 향의 냄새와 여인들의 분냄새, 달콤한 체향이 가득한 그 곳은 분명 자신에게 천국과도 맞먹는 곳이었지만 그 오니와 연을 가질 아이가 보이지 않아서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달기에게 거액을 쏟아부으며 중합지옥을 계속 들리는 것은 그 탓이리라. 지옥의 술을 자신이 거덜내겠다며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글쎄, 자신은 오니가 아니다. 그렇다는 건 결국 취하는 한계가 찾아온다는 거고 휴식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뜻했다. 

 휴식? 그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자마자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의 생각이 있었다. 혹시 제가 위를 쉬게하는 날에 그 오니와 연이 있는 아이가 닿고 있는 것이라면, 보일테다. 안 보일리가 없었다. 자신은 길조의 상징이며 온갖 만물의 지식을 관장하는 신수니까. 모를 일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속에서 부글거리듯 간지러운 감각을 견디며 손을 꾹 그러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아릿한 감각과 반달모양의 자국을 남겼지만 개의치 않고 그 길로 도원향을 나섰다. 아주 당연하게 지옥으로 찾아 들어가 가장 먼저 중합지옥을 찾았다. 지옥에서 여인이 가장 많은 곳이라면 이 곳이니까. 평소와 같이 자신을 붙잡는 아이들을 조심조심 거절하며 -자신이 왜 거부하냐는 의문스러움이 귓가를 파고들었지만- 그 오니의 흔적을 찾았다. 여기저기 엉킨 채로 존재하는 붉은 실들 사이에서 유달리 그 오니의 것만 눈에 띄었다.

 꽈리의 붉은 빛을 품은 과실과도 같이, 독특하게 빛나는 붉은 빛은 그 주인을 쉬이 짐작하게 했다. 누가 자기주장강한 오니아니랄까봐 그 실도 자기주장이 강하다. 그 끝을 따르고, 또 따르자, 꽤나 멀리서 이 실의 주인과 얽혀있는 다른 실의 주인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고, 다정스러워 보이는 아이. 저 녀석에게는 꽤나 과분할 지도 모를 아이구나, 실의 주인을 확인하고 쉽게 그 길을 돌아서서 도원향으로 돌아왔다. 진득하고 달콤한, 끈적할 정도의 복숭아 향이 가득한 이 곳에서 어째서인지 속이 불편해졌다. 계속 아까 본 그 장면만이 제 눈 앞을 둥둥 떠다녔다. 제 앞에 놓인 것은 상당한 양의 주문서, 게다가 주문처는 염라청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아, 그건가. 제가 정말 들춰내고 싶지 않던 제 추악한 감정의 덩어리.

 " 망할, 그 오니가 뭐라고. "

 속에서 술렁이는 것들을 무시하질 못하고 제 눈 안에 들어오는 독특한 붉은빛을 띄는 실을 손에 쥐었다. 이름모를 아가, 조금 미안하지만 이 어린 오니는 내가 가질게. 질투, 라고들 하는 그 새빨간 욕망의 덩어리가 혀를 날름거렸다. 굳이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연의 실을 잘라버리고 제 손끝에 묶인 실과 엮어버렸다. 인위적인 연을 만들어버리다니, 자신답지 않다.

 자신보다 어려도 한참 어린, 그래, 딱 햇병아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 오니가 뭐라고 자신이 이런 짓까지 하는가.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답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좋아한다. 그래, 좋아한다. 그 연모의 마음을 사내에게 품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으니. 억지로 이어버린 인연이 어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 설사 제 아무리 지식을 관장하는 신수인 자신이라도 짐작할 수 없는 것이다. 맑은 붉은 빛을 띄는 자신의 손 끝과 달리, 독특함을 확연히 드러내는 그 녀석의 붉은 실은 자신의 끝과 이어진채 불타고 있었다.

 " 백택님, 호오즈키님이 오셨는데요. "

 " 하? 그 녀석이 여길 왜 와? "

 분명 오늘은 약재를 주문받은게 없...지 않았구나, 그 엄청난 양의 주문서를 이제서야 기억해내다니 미친 거 아닐까.

 " 약이나 내놔 이 우제류. 대체 지옥이 얼마나 바쁜지 알고는 있습니까. "

 " 아 거, 되게 떽떽거리네. "

 손 끝에서 살며시 반짝이는 붉은 실이 눈에 들어왔다. 멀쩡한 채 이어진 것을 보고 안도감과 동시에 씁쓸함이 찾아들었다. 인위적인 연결, 쓰디 쓴 입 안을 애써 무시하고 이제서야 약재를 조합했다. 뒤에서 엄청나게 노려보는 호오즈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무시하고 약을 제조해 건네주었다. 쯧, 하고 가볍게 혀를 차며 약을 받아든 녀석은 안 좋은 표정인채 도원향을 벗어났지만 원인은 뻔했다. 약재, 그리고 그가 절대 자각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 한 가지.

 날이 지나고, 또 지나고, 그렇게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흐름이 눈에 띄게 보이고 그게 무뎌질 때 쯤 서서히 그가 폭력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 만큼 공격성과 가속도 또한 엄청났다. 이러다 정말 염라대왕 얼굴을 몇 백번은 보지 싶어졌다. 회복이 빠른 신수인데다 무한한 존재라 죽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아주 안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 손에 쥔 쇠몽둥이 끝을 따라 시선을 주자 저와 연결해 둔 붉은 실의 끝이 서서히 검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아, 인위적인 연결은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 제 잘못이다.

 " 너 말야, 폭력 좀 그만 휘두르라고! "

 " 싫습니다. 이 백돼지 새끼야.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와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다툼과 폭력의 횟수는 늘었다. 그래도 신수 나름의 체면이 있지 먼저 손을 대지는 않지만 그의 폭력의 최대 피해자가 자신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뭣보다 자신 외에는 그가 그리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가 없기도 하고. 심하게 늘어가는 폭력의 빈도와 함께 실의 붉은 색은 점점 탁해지고 바래졌다. 어느 새인가 붉은 색이 완전히 검게 변해버리고 그와 자신사이에는 언쟁과 폭력밖에는 남질 않았다. 꽈리의 과실과도 같던 붉은 빛 위에 덧칠해진 검은 빛은, 묘하게도 붉은 빛을 품고 있어 꼭 피와 같은 색을 띄었다.

 아아, 인위적인 연결이란 이리도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구나.

 붉은 실 위에 짙게 칠해진 심연과도 같은 검은 빛은 ​다시는 벗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악연의 표시, 내가 그 때, 끊어놓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녀석 또한 존재하지 않았겠지. 이런 악연이라도 괜찮다. 이 질긴 인연은 절대 끊어지지 않을테니까. 절대 네 앞에서는 입에 올려놓지 않을 말을 마음 속 깊은 곳에 품고 나는 오늘도 너와 언쟁과 폭력뿐인 관계를 이어간다. 고작 이런 것이라도 이어가기 위해서. 이 말만을 마음 속 깊은 곳에 품어두고서.

 좋아해, 호오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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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 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