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가 마피아AU입니다.

* 시라사와 짝사랑입니다.

 

 

 

 

 늘 그 녀석에게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사람의 피 냄새가 묻어났다. 이 세계의 직업 특성상, 피 냄새는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쳐도 그 혈향이 매번 다른 이의 것으로 바뀌어 묻어난다는 것은 이곳에 속한 자들 사이에서도 그리 좋게 볼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것 또한 문제가 되질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가치라는 이름의 그 자들 사이에서도 한참 위에 자리한 이 패밀리의 언더보스에게 직접 반항하고 대들, 간이 크다 못해 부어 터져버려서 사라진 자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어떠한 경위로 그다지 바르다고는 할 수 없는 이 곳에 발을 들인 것인지 완벽하게는 알지 못했다. 우연히 이 패밀리의 보스가 피칠갑이 된 너를 위해 나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생 몰랐을 것이다. 평소 사람좋은 얼굴을 한 이 패밀리의 보스는 치료를 하는 자, 라는 직분에 있기 때문인지 개인적인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게 거리낄 것이 없는 지 네 사정을 좀 알아줬으면 한다며 네 얘기를 잔뜩 늘어놓았다. 그가 늘어놓은 이야기는 꽤나 장황하고, 횡설수설하는 이야기였지만, 아주 간단히 추리자면 오갈 데 없는 너를 거두어 이 패밀리에 속하게 한 것이 그 라는 것. 어쩐지 매번 다치는 걸 감수해가며 다른 자의 혈향을 묻혀 자신을 찾아오는 그를 보고 있자면,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커먼 감정의 덩어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울컥 올라오는 듯 했다.

 

 매번 전투에 참여했다, 는 소식을 들으면 돌아올 때는 꼭 너덜거린다 싶을 정도로 엉망이 되어 돌아오고는 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 녀석 또한 많은 환자들 중 하나였기에 단순히 치료만 해주고 돌려보내고, 그 또한 치료를 받자마자 홱 하고 돌아서는 관계였다. 그러나 지금의 그가 가진 직급에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전투가 있었고, 그 때문에 가장 단시간에 어소시에트에서부터 언더보스까지 이른 자, 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남들보다 배는 잦은 전투 탓에 다른 자들보다 그를 보는 일이 많아졌고, 그도 꽤나 자주 보는 제게 그리 나쁠 것이 없다 판단한 것인지 치료를 받을 때 간간이 제게 말을 던지고는 했다. , , 던지는 그의 말에 응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를 자세히 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의사, 라는 제 직분에 충실할 뿐이었지만,

 

 아주 천천히, 조금씩, 말을 섞는 것이 늘다보면 자연스레 태도 또한 변해가는 법이다. 그런 탓일까, 마냥 슬렁슬렁 넘기던 네 이름외의 어떤 무엇인가에도 차츰 관심을 갖고 대하기 시작한 건, 그 즈음부터일 테지. 가장 먼저는 네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차분한 무게를 지닌 깔끔한 바리톤의 음성은 네 말에 힘을 실었다. 어떤 사소한 말이든 특별하게 들리는 무기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매번 다쳐올 때마다 부상을 입은 곳만 살피던 것과는 달리 전체적인 것을 보기 시작했다. 새까만 정장이 잘 어울리는 다부진 체격과 피칠갑을 하고서도 고고한 분위기가 도는 네 외양. 마치 밤의 세계에 어울리려 태어났다는 주장을 하는 것만 같은 새까만 흑발 또한. 가랑비에 서서히 옷이 젖어가듯, 너 또한 서서히 내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어느 날 한 번은, 네가 다리가 불편하다 하여 내가 직접 네게 간 적이 있었다. 새까만 빛을 품은 총을 쥐고 손질하던 네게 나는 아프다더니 총이나 만지작거리고 있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너는 다리가 아픈 것이지 상체는 멀쩡하기만 하다는 답을 되돌려 주었다. 네 손에서 매끄러운 윤기를 머금은 총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네 손에 어떤 것이든 부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커다랗고 뼈가 굵지만, 곧게 뻗은 손이 그 총을 쥐었을 때, 나는 네가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만일 남들이 듣는다면 이상하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로 그 때, 네가 빛나는 사람이라고 느꼈으니, 온전히 사랑에 빠진 것은 이 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날 이후, 네 담당 주치의를 자처했다. 원래대로라면 다른 이의 치료도 하는 것이 응당 옳겠지만, 나는 네게 조금이나마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기를 원했으니까. 언더보스로 단기간에 오른 만큼, 너는 실력이 있는 자라 내가 처음에 볼 때와는 달리 다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실력자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인지 점점 남의 피를 묻혀올지언정 네 스스로의 피는 흘리거나, 뿌리고 다니지도 않았으나 네 체향이 다른 이의 피비린내에 묻혀버리는 것은 싫었다. 네가 달고 다니게 되는 부상은 찰과상에 타박상, 그리고 열상 정도로 제법 가벼운 것들뿐이라 이 험한 직업 속에서도 안심이 되고는 했다. 그리고 너는 여전히 오늘도, 딴 생각 말고 소독이나 하라며 나를 재촉했다. 내가 네게 품은 마음을 전할 리도 없고, 네가 눈치 채서도 안 되지만, 만일 눈치를 채게 된다 하더라도 혹시 이 마음이 네게 큰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될 것이라면, 나는 네 곁을 떠나야만 하게 될 테지. 네 몸에 난 상처를 통해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대는 이 소독약과도 같이, 그런 때가 온다면 이 마음을 닦아내는 것으로 단번에 모든 것이 치료된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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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 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