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가지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일단 시험기간이 닥쳤으니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이치와 순리에 맞는 일이겠으나, 제 앞에 자리한 이 놈은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은 자신 또한 마찬가지고, 의지가 없는 놈을 일으키는 일 만큼 미친 짓 또한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이 놈을 안 깨울 수도 없는 일이지.
"야, 김선호. 일어나 임마."
애초에 남의 자리를 대놓고 지 자리인 것마냥 앉아있는 꼴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너무 당당하게 앉아서 자고 있기에 순간 내 자리 아닌 줄 착각했네. 자신이 말을 내뱉은 지는 1분 이상 되어가는 데, 아무래도 얘는 일어날 생각이 없는 모양인 지라, 머리를 헝클어 놓고 툭툭 쳐서 간신히 깨워냈다.
"더럽게 오래 자네. 거기 내 자리거든."
한숨을 가볍게 쉬고는 도로 퍼질러 자려는 놈을 붙잡았다. 얘 진짜 아무 생각 없구만. 아예 이렇게 정신을 다른 데에 놓고 있다면야 그냥 아예 제대로 노는 편이 서로에게 이득일 테지. 솔직히 제대로 분위기가 안 잡히는 것도 안 잡히는 거지만, 얘가 계속 이러고 있는 데 나 또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고.
"야, 김선호."
그래도 제 이름이라도 반응하는 걸 보자니 피식, 웃음이 흘러 나왔다. 얘 앞에 마주 앉고는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고, 뺨을 톡톡 건들고 나서야 제 손을 거두어 들이고 시선을 마주했다.
"광합성이나 하러 가자."
말이 좋아 광합성이지 실상은 땡땡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거지. 게다가 다음 시간은 어차피 땡땡이 쳐도 상관따위 없는 과목이니. 광합성, 이라는 내 말에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한데.. 왜 도로 퍼져 임마. 슬쩍 인상을 찌푸리고는 김선호의 손목을 쥐고 그대로 끌어내고는 일으켰다. 주변 애들한테 대충 아프다고 둘러대라는 말도 잊지 않고. 내가 얘기하는 것보다야 타인이 얘기하는 게 좀 더 신빙성 있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그리고 일단 이 몸으로 아프다고 얘기해봤자 안 믿을 것 같으니 더더욱 남의 입을 빌리는 게 이래저래 좋겠지.
"봄 타나, 왜이리 죽어가냐."
어차피 추위에 약한 놈이니 이 날씨가 훨씬 낫기야 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정말 춘곤증으로 취급해주기에는 좀 과하게 자는 것도 있고. 그래도 감기 걸리는 것보다야 낫지. 예전에 한 번 끌고 나갔다가 감기 걸려서 그거 간호하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좀 오싹하다. 그 고생과는 별개로 아파서 지랄해도 그저 약해보이는구나, 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지만. 하루 꼬박 간호하고 나면 멀쩡해지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대체 무슨 남자애가 이렇게 몸이 약해. 이거 진짜 운동부족이라 그렇게 약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휴식이 좋은 것이라고들 해도, 얜 일단 체력부터 키우는 게 우선일 것 같으니.
"너 진짜 나랑 운동이나 같이 하자."
"시끄러, 니가 운동 바보인거야."
"그냥 니가 저질체력인거라니까."
깼나보네. 거의 반 이상 질질 끌고가던 모양새였으나 아까보다야 무게가 덜 실리기도 하고, 이렇게 멀쩡하게 대꾸하는 걸 보아하니 확실한 것 같았다. 픽, 웃음이 흘러 나왔으나 그대로 끌고 학교 밖까지 나갔다. 어차피 금방 들어갈 거기도 하고, 그리 멀리 갈 예정도 아니니 상관없겠지. 햇빛 많은 곳으로 데려가 그 근처에 대충 앉았다. 아, 따끈따끈하네. 그렇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온도에 햇빛이 딱 적당히 쏟아지는 곳이라 노곤노곤할 정도로 몸이 풀어졌다. 따끈따끈하게 구워지는 식빵이 된 것만 같군.
"좀 있어봐."
김선호를 그대로 앉혀둔 채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군것질거리를 양 손 가득 쥐고 돌아왔다. 과자나 그런 것들 위주긴 하지만, 배고픈 것보다 낫기도 하고. 땡땡이 칠 거면 제대로 치는 쪽이 나으니까. 이도저도 아닌 맹맹한 땡땡이는 재미없기도 하고. 햇빛이 제대로고 날도 풀렸으니 이 자식 감기걸릴 걱정은 적어도 오늘은 안 해도 되겠지. 저번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음, 그 땐 정말 끌고 운동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네.
"맛있냐? 하긴, 공산품인데 맛 없는 게 더 이상하긴 하다만."
"시끄러. 이번에도 아프면 니 탓이야."
"글쎄 그냥 니가 저질체력인 탓이라고."
저번에도 한 번 땡땡이 쳤지만, 그 때와는 달리 확실하게 온도가 포곤포곤할 정도이니 오늘은 좀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얘는 정말 면역력 세포를 더 주입해야하나, 왜 그리도 쉽게 감기에 걸리는 건지. 그래도 뭐.. 혼자 치는 땡땡이보다 이게 더 덜 심심하고 공범만드는 거니까 좋기도 하고.
"광합성하는 김에 너 키나 더 크라고 빌어보는 건 어떠냐."
"님 뒤질?"
작게 킬킬대고 웃다가 역시 그건 안 되겠지? 라고 장난스런 말 또한 더했다. 그리고 일단, 말마따나 정말 광합성하는 대로 더 커버리면, 얘가 나보다 더 커질 것 같기도 하고. 그걸 상상해봤더니 그건 또 좀 자존심이 상하네.
"이대로 좀 더 있다가 가자. 여기 딱 낮잠자기 좋다."
그리고 너도 일단 공범이다. 저번에도 그랬듯이.
